[오픈 업] 이중언어교육의 광장을 다녀오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매년 자신의 뿌리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기가 10월이 아닐까 싶다. 이달에 개천절, 한글날 등 특별한 날들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LA총영사관, LA한국교육원, 재외동포청, 한국국제교류재단, LA한국문화원 등은 10월에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한인들에게는 더 없이 뜻 깊은 일이다. 미국에는 매년 11월 열리는 배움의 기회가 있다. 보통 추수감사절 한 주 전에 열리는데 ‘미국외국어교육위원회(ACTFL: American Council on Teaching of Foreign Language)’라는 콘퍼런스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교수, 언어학자들의 모임으로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연구 논문들이 선보인다. 한국학 학자들도 참여한다. 올해도 교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강의도 들었다. 한국국제교류제단 초대로 교수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ACTFL은 외국어를 가르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표준을 수정하거나 강화한다. 새로운 외국어 교과서를 편찬할 때, 예를 들면 정규교육에 들어갈 한국어 교과서를 만든다고 할 때, 이 단체가 권고하는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외국어 교육의 기준에는 다섯 가지 ‘C’가 있다. 주입식을 넘어서서 대화(Communication), 문화(Cultures), 연계(Connections), 비교(Comparisons), 커뮤니티(Communities) 등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외국어, 이중언어 교육이 불완전하다는 의미다. 이런 기준은 56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재외동포청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는 세계 700만 명 재외동포의 37%인 260만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한국말과 한글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를 위한 한국어 주말학교의 역할이 크고 중요한 이유다. 또한 한글이 세계 언어로 인정받아 많은 정규 학교에서 교과 과목으로 채택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올해도 시카고에서 열린 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추수감사절 엿새 전에 시작해 사흘 전에 폐막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는 6000명이 약 100가지 언어를 대표해 참석했다고 한다. 콘퍼런스는 100여 개 언어에 관련된 크고 작은 모임들이 시작되기 전 기조연설자의 연설로 개막했다. 올해 기조연설은 교육계 인사가 아닌 저술가며 배우이자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공공연락국 부국장을 역임한 칼 펜(Kal Penn: 본명 Kalpen Suresh Modi)이 맡았다. 40대인 그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스스로를 ‘브라운 페이스(황인종)’라고 자주 표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백인이 주류인 곳에 들어가 활동하기까지의 일들을 재미있게 소개했다. 달변(達辯)인 그의 강연은 지루하지 않았다. 칼 펜은 인도말을 할 줄 알까? 그는 자신의 이중언어 능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인 차세대를 생각하게 한 그는 듬직한 모습이었다. 백인이 아니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 100여 개의 언어를 포용하는 교육 시스템을 보면 미국은 희망적인 국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로 창립 140년이 된 미국현대어문학협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각 대학에 개설된 외국어 코스는 1965년 약 100만 개에서 2009년 100만6000개로 피크를 이뤘다. 하지만 이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미국수어(美國手語)와 성서용 히브리어 코스는 오히려 증가하거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어 코스는 증가 폭이 가장 큰 언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한인 차세대들이 한국어는 기본이고 다른 언어들도 터득하도록 응원했으면 한다. 이는 그들이 세계인으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인 차세대와 한국어에 관심 있는 타 커뮤니티 학생들이 정규학교에 한국어반이 없는 곳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류모니카, M.D. / 미국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이중언어교육 광장 외국어 이중언어 한국어 교과서 외국어 교과서